[취미생활]/수석

수석 / 인상석

凡石 2011. 7. 2. 09:44

 

 석장 한 칸에 옹기 종기 모여 살고 있는 돌 식구들이다. 할아버지도 있고, 소녀도 있고, 신사도 있고. 무희도 있고, 정승도 있고여왕도 보인다. 갖가지 인물들이 이곳에 모여산지가 어언 30여년이 넘었다. 

 

 웃는 놈이 있는가 하면 찡그린 놈도 있고, 공손한 놈이 있는가 하면 시건방진 놈도 있다. 그야말로 오만가지 인상이 다 모여 있다. 그리고 이 놈들은 항상 자기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다. 어느 면에서는 이런 모습이 우리 인간이 배워야 할 덕목 중에 하나라고 보면서, 나는 이 놈들을 통해 인생을 공부 하고 있다.

 

 

 

 

석장 한 칸을 차지 하고 있는 돌 식구들의 모습이 다양하다.

 

 

 

     

 

이 놈만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 너무 천지난만하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이 놈처럼 매일 허허대며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왼 쪽의 문양석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인 카르멘의 모습이라고 본다. 카르멘은 정열적이면서도 오만하고, 때로는 요염하면서도 청순한 이미지의 소유자인데, 이 돌 속의 여인 또한, 훤칠한 키에 잘룩한 허리가 매우 관능적이며, 민소매 불라우스에 롱 드레스를 걸친 모습이 우아하면서도 요염하기 그지 없다.

 

 카르멘이 남자 주인공인 호세에게 장미 꽃 한 송이를  바치듯이, 이 여인 또한 누구에게 바칠려는지, 꽃 한송이를 다소곳이 들고 있는 그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오른 쪽 문양석은 어느 신하가 사모관대 차림으로 임금님 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사모의 날개와 등에 붙인 네모 난 흉배도 또렷하거니와, 신하의 얼굴과 이목구비도 그런대로 갖추고 있다. 모습이 하도 정중하여, 매번  이 돌을 대할 때마다 공손이라는 두 글자가 떠 오른다.  

 

 

 

   

 

 

왼 쪽 돌은 미사리 호피석으로서 항상 웃는 모습이다. 털털한 모습에 여유만만하게 웃는 모습이 언제 보아도 훈훈하다. 아마도 이 놈은 세상 살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한 세상 속 없이 털털하게 살고 있는 놈 같다. 

 

그런가 하면 오른 쪽 돌은 단정한 남자의 옆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모습이 너무 정갈하고 이지적이며, 대쪽 같은 성품을 갖은 것 같아 약간 거부감이 든다. 마치 나를 닮은 것 같아 내가 좀 미워하고 있는 놈이다. ㅎㅎ

 

 

 

   

 

 왼 쪽 돌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옆 모습과 흡사하다. 빼어난 미모와 학식과 위엄을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위인을 가까히 하고 있다는 자체가 가슴이 뿌듯하다.

 

오른 쪽 돌은 어느 근엄한 할아버지와 귀여운 손녀가 서로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왼 쪽 위 돌은 어느 신사가 버버리코트를 걸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사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래 돌은 무엇인가 못 마땅하여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고약하게 보인다. 오른 쪽 돌은 말쑥하게 생긴 신사가 빙긋이 웃고 있는 모습인데, 약간 시건방지면서 스마트하게 보인다.

 

 

 

 

 

 왼 쪽 돌은 남한강 돌로서 못난이 얼굴을 닮았다. 눈도 짝짝, 코도 납짝, 거기다가 입도 째지고 광대뼈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마음씨만은 하해와 같이 넓어 순하디 순하게 보인다. 비록 우매하지만 매사를 항상 참고 견디며,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 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얼굴보는듯 하다.  그런면에서 항상 연민의 정을 느끼며 가끔 매만져 준다.

 

오른 쪽 돌은 서해 백령도 돌인데, 고집이 황소같은 영감의 인상을 닮았다. 깊숙하고 예리한 눈, 우리부리한 콧망울, 두툼한 귓불 등으로 볼 때, 이 영감의 고집은 가히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석질이 맨질거리고 크기도 적당하여 애착이 가는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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