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10.19)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우리의 전통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인사동을 다녀왔다. 가게된 동기는 이렇다. 요 몇일 전 같이 근무하는 하위원이 <다선예묵회전>이라고 쓴 팜플렛 한 권을 건네 주길래, 무슨 전시회냐고 물었더니, 오는 19일부터 자기 부인이 가르치고 있는 문하생들이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작품 전시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바로 오늘이 그 날이라서 전시회도 보고 인사동 풍물도 구경할 겸 우리 일행 다섯명이 길을 나섰다.
여기서 하위원의 부인 정금정 여사를 아는대로 소개한다면, 당호는 다선재(多善齎)이고 아호는 사우당(思友堂)이다. 사군자를 주로 하면서 서예와 화조화에도 조예가 깊으며, 대한민국 미술 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로서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출강과 더불어 다선서예사군자연구실을 운영하면서 후학들을 길러내고 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문인화의 대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작품성도 좋고 활동도 왕성하게 하시는 분이다.
그분의 작품과 근황에 대해서는 개인전이나 회원전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sawoodang.net/) 등을 통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팜플렛을 펼쳐보니, 회원들의 그림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스승인 사우당의 화풍이 진하게 배어 있어 마치 사우당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그 정도로 우수한 작품이 많이 수록 되어 있다. 청출어람이라더니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하위원께서 전시관에 가기 전에 점심식사를 먼저 하자고 하면서, 인사동에서 개성만두로 소문이 난 '궁'이라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전면에 어느 인자하신 할머니와 점잖하신 어느 아주머니의 사진이 다정하게 우리를 반긴다. 입구 카운터의 아주머니에게 저 할머니가 누구시냐고 물으니 자기의 친 할머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외손녀가 대를 물려 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때가 점심식사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다. 겨우 자리를 구해 개성만두국과 조랭이떡만두국을 시켰다. 쇠고기 양지와 채소로 우려낸 국물이라서 그런지 단백하고 구수하다. 만두피는 얇고 속은 꽉 차서 그런지,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너 나 할 것 없이 배가 든든하다. 그 집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시회에 초대를 받은 우리가 대접을 하여야 하는데, 오히려 하위원이 우리를 대접하니 그저 민망스럽기만 하다. 식사를 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바로 옆에 있는 경인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들어서니 예묵회원들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맛있는 커피도 대접 받고 출품 작품에 대해서도 작가가 직접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묵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는 갤러리에서 구수한 커피 한 잔은 그야말로 꿀 맛이나 다름이 없다.
이 자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가 말 한마디를 실수한 것이 있다고, 일행 중 어느 분이 따끔하게 지적을 해 주길래, 그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해명을 하고자 이 글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다름이 아니라 들어가자 마자 왼 편에 걸려 있는 매화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기 사우당의 그림이 있다고 하길래, 귀가 번쩍 뜨여 그 쪽을 보니 역시 사우당이 그린 매화가 눈에 확 들어 온다.
" 아~ 역시 다르네요" "꽃 잎이나 나무 줄기의 표현이 생동감이 있고, 화제의 필체도 좋거니와 여백의 구성도 아주 잘 된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이 쪽 그림은 약간 아마추어 다운 점이 있네요" 라고 말을 한 것이 실수다.
물론 스승의 작품과 문하생의 작품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당사자 앞에서 주책없이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상대의 기분을 언찮게 하였다면 그 점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내 의도는 분명히 그 분의 작품을 비하 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그 분의 스승인 사우당의 작품이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뜻으로 말한 것 뿐이다. 대체적으로 스승이 훌륭한 분이라고 찬양하여 주면, 학생 입장에서는 기분이 별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에서 한 말인데...
어쨌든간에 상대적으로 듣는 입장에서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아, 오늘의 언사는 잘못 되었다고 반성한다. 스승의 작품이 그저 좋다고만 하면 되는데, 왜 상대 그림을 보고 아마추어 답다고 하였는지 말이다. 누군가가 귀뜸을 해 준다. 그 분들도 한 두 해 배운 것이 아니고, 수 년간 그 분야를 갈고 닦은 분들로서 아마추어의 경지는 넘어 선 분들이라고...
전시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중하게 감상하고, 가급적 멋있게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는 것이 미덕이자 예의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으니 말이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당사자나 회원분들께 누가 되었다면 널리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전시관을 나와 부근에 있는 목향(木響)이라는 찻집에서 전통차와 다과를 맛 보고, 아래 층에서 장신구와 귀한 그림들을 감상하였다. 소나무로 지은 2층 한옥인데 들어가자 마자 은은한 솔향이 내 코를 적신다. 2층에는 펜화가로 유명한 김영택화백의 그림도 있고, 아래 층에는 천경자 화백의 판화와 김흥수 화백의 작품도 걸려 있다. 모두 귀한 작품으로서 수 백에서 수 천만원까지 가는 고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그림 한 점 사다가 내 방에 걸어 두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 비록 말 실수는 하였지만 격조 높은 그림도 감상하고, 맛있는 만두국 먹어 보고, 우리의 고유 전통차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오늘 이 시간을 만들어 주신 하위원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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