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10.15)은 이륙산악회에서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을 다녀왔다. 아침 9시반 도봉산역에서 만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소요산역에 내리니 11시다. 하늘은 금방 비라도 내릴듯 먹구름이 잔뜩 끼여 날씨가 그야말로 음산하다.
천고마비 지절을 맞이하여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맑은 공기 마셔 가며, 그동안 쌓였던 심신의 노고를 한꺼번에 날려 보자고, 크게 마음 먹었으나, 그렇게 하기에는 애초부터 틀린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소요산역 바로 앞에 있는 벨기에 용사 참전비 쪽으로 올라갔다. 이 쪽으로 가면 막바로 산에 오를 수 있어, 입구 아스팔트 길을 따라 가는 것 보다 덜 지루하고, 한편으로는 입장료를 안 내도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생각하여 이 길을 택하였다.
이 길은 능선 길로서 바위가 뾰쪽 뾰쪽하여 걷기는 좀 불편하였으나, 발바닥 지압 효과가 있어 건강에는 도움이 될 듯 싶다. 한참을 올라 능선 마루에 도달하니 팔각정이 보인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그런대로 볼 만한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생각했던 만큼 별로다. 또한 단풍도 아직 덜 들어서 가을 정취가 안 난다. 아마도 몇 주가 더 지나야 만산 만홍을 이룰런지...
하백운대에 이르니 어딘선가 우르르 쿵쾅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번쩍 지나간다. 일행들은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기도 하고 우산도 펴 든다. 이런 날 스틱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안전상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일행들에게 우산과 스틱을 모두 접어서 배낭에 넣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옳은 소리라고 하면서 적극 호응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조금 지나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빗줄기가 산 전체를 뒤흔들면서 온 몸을 적신다. 원래 계획은 하백운대에서 상백운대를 거쳐 공주봉까지 가는 일주 코스를 선택 하였으나, 더 이상 강행군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아, 막바로 자재암쪽으로 하산하였다. 방수되는 고어텍스 등산화와 우비를 입었지만 이렇게 강하게 쏟아지는소낙비에는 모두 소용이 없다. 양말도 젖고 속 옷이 다 젖어 온 몸이 으스스 하다.
하산하면서 흠뻑 젖은 길 바닥에서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싸 가지고 간 김밥과 막걸리로 요기를 한다. 온 몸이 젖고 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소요산역으로 내려 오면서 누군가가 제의를 한다. 너무 춥고 떨리니 어디 훈훈한 곳에 가서 옷도 말리고 막걸리 한 잔 더 하고 가자고... 모두 찬성이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몇몇 친구들은 중화동의 어느 홍어회집에 들려 막걸리 한 잔하고 각자 헤여졌다. 오늘도 수고를 아끼지 않은 조대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친구들의 건강과 영원한 우정이 변치 않고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렌즈에 빗물이 스며들어 화질이 엉망이다. 이 점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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