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12.23)는 7인회 모임이 금정역 주변에 있는 포항막회집에서 있었다. 저녁 6시 30분에 만나기로 하여 을지로 3가에서 5시 쯤 떠나, 부지런히 전철을 갈아 타고 금정역에 도착하니 정확히 6시 반이다. 점심에 청국장 찌개가 하도 맛이 있어 과식을 한 탓인지, 속이 더부룩 하여, 길 건너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먹고 식당으로 들어 갔다.
내가 제일 늦었다. 모두 부부동반으로 나왔는데 가영노 회원과 유성철 회원이 혼자 나왔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 보니, 직장 관계로 부득이 못 나오셨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막회와 물회, 과메기를 안주로 하여 소주 한 잔 하니, 더 없이 맛이 난다. 안주 좋고, 친구 좋고, 분위기 좋고, 어찌 술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른 자리에서 느낄 수 없는 우정을 맛 보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금방 얼큰해 진다.
이 자리에서도 회장의 임기가 다 되어 내 놓겠다고 하는 한위섭 회장을 겨우 달래어, 앞으로 1년만 더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어느 모임이든간에 회장을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만큼 귀찮고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들 늙었나 보다. 지난 해만 해도 2차로 한 잔 더 하자느니, 아니면 노래방에 가자는 사람이 반드시 있었는데, 근래에 와서는 누구 하나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히 몸과 마음에 변화가 왔다고 본다.
사실 몸과 마음이 늙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내일을 위해 더 이상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 나이에 무리는 절대 금물이다. 적당히 마시고 즐기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금정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타면 되는데, 아내가 굳이 버스를 타고 가자고 조른다. 왜냐면 무릅이 아파서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무척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걱정스럽게 생각을 하면서 이수역까지 가는 11-2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침 차창 밖에는 흰 눈이 내린다. 차디찬 아스팔트는 마치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하얀 눈으로 뒤 덮이고, 앙상한 나무가지는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하얀 눈 꽃이 피였다.
밤 늦은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단둘이 오붓하게 자리에 앉아, 얼마전 결혼한 예쁜 딸내미와 미듬직한 사위, 효성이 지극한 아들놈 얘기 등으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 보니, 어느덧 이수역이다. 눈 내리는 겨울 밤, 단둘이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마냥 행복하고 흐뭇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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