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12.31)은 신묘년 마지막 날이다. 그냥 보내기 섭섭하여 식구끼리 강원도 횡성에 있는 성우리조트를 다녀왔다. 이 생각은 아들놈이 제안하여 이루어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찌 그런 생각을 하였는지 마냥 기특하기만 하다.
사실 연말이라고 해서 별다른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면서 여유를 갖고, 한 해를 뒤 돌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아, 애마를 강원도 횡성으로 몰았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8시쯤 출발하여,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 만종나들목에 접어드니, 차량이 많아 정체가 된다. 아마도 우리 같이 연말 나드리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차가 밀려도 그리 조급할 것이 없다.
드디어 리조트에 다달았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에 가족들과 같이 와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입구서부터 리조트까지 이르는 길목 풍경을 더듬어 보니 그 때가 생각이 난다. 아들놈과 딸내미는 이곳에서 스키를 타면서 놀고, 우리 내외는 근처에 있는 태백과 정선을 구경 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라 그런지, 기백이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아들놈과 같이 막걸리 한 잔으로 송년 기분을 내 보지만,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느끼는 회포는 그다지 없다. 다만 금년 한 해는 뭐니뭐니 해도, 딸내미가 시집 간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과년한 딸과 그 오래비를 갖고 있는 부모로서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하나라도 먼저 결혼을 시키고 보니 홀가분한 마음이 그지없다.
이번 혼사를 치루면서 여러 친지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덕분에 별다른 대과 없이 잘 치루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 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즉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한번 느껴 보는 한 해였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하는데, 딸내미에게는 그 어느 해 보다도 감회가 깊을 것이다.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한 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정과 또 다른 가족이 생기고, 더구나 제 2세까지 잉태하는 축복을 얻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축하해 마지 않는 바이다.
솔직히 말해 딸내미를 시집 보내 놓고, 과연 제대로 자기 본분을 다 하면서 잘 살 수 있으런지 걱정이 된다. 그동안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녀석이 갑자기 환경이 다른 집안에 들어가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텐데... 딸 갖은 부모라면 어느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사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공부도 할만큼 하고, 사회생활도 할 만큼 해서,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는데 말이다. 아마도 딸내미를 마냥 철부지로만 알고 있었기에 생기는 노파심일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런 걱정은 하질 마쇼" 하듯, 요즘 단둘이 깨가 쏟아지도록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니, 일종의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가 인자 하신 사돈 양주분께서도 자기 딸처럼 스스럼 없이 아껴 주시고 귀여워 하신다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내년 새 해에는 아들놈이 좋아 하는 배필을 만나 빨리 결혼을 하고, 우리 식구 모두가 건강하게 살면서 늘 웃음이 함께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리조트를 나와 횡성 축협에 들려 한우 등심을 사고, 곤지암에서 소머리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집에 오니 저녁 6시다. 아들놈 덕분에 즐거운 연말 나드리를 잘 하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식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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