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이륙산악회 청계산에서 시산제를 갖다.

凡石 2012. 1. 15. 21:22

 

 오늘('12.1.15)은 이륙산악회에서 청계산을 다녀왔다. 금년들어 처음 갖는 산행으로서 일종의 시산제를 갖는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였으면 좋았을텐데, 불과 아홉명만 참석하게 되어 좀 아쉽기만 하다. 

 

 종전같으면 의례적으로 양재역 7번출구 앞에서 만나, 다같이 버스를 타고 청계산을 가는데, 오늘은 어쩐일인지 청계산 입구 원터에서 만나자고 한다. 아마도 얼마전 새로 생긴 전철을 타면 누구나 청계산 입구까지 쉽게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 같다.

 

 10시 40분 쯤 원터를 떠나 매봉 정상에 이르니 11시 40분이다. 일부러 나의 체력을 테스트 하기 위해, 한 번도 쉬지 않고 곧장 올라 차니, 숨도 가쁘고 등과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 나이에 그런대로 어느 정도의 체력이 유지되고 있는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위안이 된다.

 

 매봉 밑 양지 바른곳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점심식사를 겸하여 막걸리를 한 잔을 기울였다. 각자 배낭에서 준비 해 온 음식들을 주섬주섬 꺼낸다. 꿀 사과, 말랑말랑한 모시떡, 초코렛 사탕,  짭짤한 너츠안주, 달콤하고 졸깃한 곶감, 따근따끈한 홍삼꿀차와 커피 등, 먹을 것이 너무 많다.

 

 이 중에서도 오늘 가장 힛트를 친 것은 단연 조회장이 갖고 온 시루떡이다. 방앗간에서 금방 찐 떡을 갖고 왔는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고 뜨뜻하다. 오늘같이 추운 날 산에서 먹어 보니, 예전에 맛 보지 못한 시루떡 맛이 그야말로 기똥차다.

 

 여기서 조회장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오늘 시산제를 겸하여 일부러 시루떡과 돼지머리고기를 준비하였는데,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아 좀 서운하면서도 아쉽다는 말을 하면서, 이 떡과 고기는 시산제를 올리기 위해 제물로 준비한 것이 아니고, 연초니까 뜨끈한 떡 한 조각이라도 나누면서, 서로의 건강과 복을 빌어 보자는 의미였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더니 눈치 빠른 친구 하나가 갑자기 제의를 한다. 자기가 산신령께 우리 산악회의 발전과 안전을 기원하는 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구 누구가 같이 일어 나, 큰 바위 앞에 떡 한 조각과 머리고기 몇 첨을 차려 놓고 막걸리를 부으며 큰 절을 올린다.

 

 이 광경을 지켜 보는 친구들은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였지만, 그들의 진정성에 감동 되어 바로 다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 가 숙연해 진다. 그렇다. 그들이 바라는대로 우리 산악회가 더욱 발전하고 산행 과정에서 단 한건의 사고 없이 일년내내 무사하였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되기를 다같이 기원하자.

 

 한참을 앉아 있자니 등 허리 땀이 식어서 그런지 오싹 추워지는 기분이다. 모두 일어나 오던 길로 다시 내려 와, 원터 옛골이라는 음식점에서파전과 두부를 안주하여 막걸리 한 잔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비록 몇몇 친구들이 올리는 시산제였지만 그런대로 격은 갖추었으니, 아마도 산신령께서 각별히 돌봐 주실 것이다. 금년 한 해는 보다 건강하고 재미있는 산악회가 되리라고 확신하면서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