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이륙회 특별 모임에서.

凡石 2012. 7. 1. 15:02

 

 

 엊그제('12.6.23)는 이륙회 모임을 양평 수종면 수임리에 있는 변강 전 회장의 농장에서 갖었다. 원래는 작년에 이곳에서 만날려고 날짜까지 정하였다가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되어 이번에 성사가 된 것이다. 이 날 14명의 회원과 6명의 사모님, 그리고 황윤석회원의 손자까지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신록이 우거지는 6월 초 여름의 대낮은 약간 무더우면서도 햇빛이 따갑다. 그러나 녹색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과, 맑고 깨끗한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금방 시원하게 한다.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 바람을 쐬니 행복감이 절로 난다. 그야말로 무공해 웰빙의 맛을 그대로 느껴 보는 순간이다.

 

  예쁘고 고운 조약돌로 단장한 마당 한 편에 넓다란 평상을 펼쳐 놓고, 바베큐 화덕에서 금방 구워 낸 노릇노릇 한 삼겹살을 안주 하여 소주 한 잔 하고, 싱싱한 상추 쌈과 오이를 안주 하여 잣 막걸리 한 잔 하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 하는 분위기는, 천하에 낭만가 이태백도 우리를 부러워 할 것이다.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농염하게 활짝 핀 빨간 접시꽃이 우리를 유혹하고, 거름 없이 자란 개복숭아 열매가 수줍은듯 얼굴을 붉힌다. 가뭄에 시달려 축 쳐진 머우 잎과, 누가 따 먹지도 않아, 혼자 늙어 가는 허리 굽은 오이는 내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그중에서도 푸르름을 만껏 과시하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 청상추"와 '고추" "도라지"다. 아마도 주인장이 이들만 예쁘다고 물을 뿌려 주었는지, 푸르름이 하늘을 찌를듯 독야청청하다. 앞 내 뚝 밤꽃과 텃밭 한 구석에 핀 다알리아, 초롱꽃은 이 집 농장의 여름을 열어 간다. 한가롭고 풍요한 농장 풍경에 그저 반할 뿐이다.

 

 별 빛 쏟아지는 한 여름 밤, 별을 세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고 싶고,  햇 빛 쨍쨍 내리 쬐는 한 여름 대낮에는, 시원한 그늘 밑에 누워, 물 소리 바람 소리 벗하며  낮잠 한 번 곤히 자고 싶다.

 

  비오는 날이면 마당에 나가, 비에 젖어 반짝이는 조약돌을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싶고, 가을이면 평상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사색에 빠져 보고 싶다. 눈 내리는 겨울에는 군불에 밤 구워 먹고, 주변 산과 계곡에 눈 풍경을 스케치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년이 다 갔네... ㅎㅎ

 

  바나나 같이 굵고 노란 6년근 수삼을 넣고 푹 고은 영계백숙에, 이종섭 전 회장이 갖고 온, 묵은 김치 한 잎을 얹어 먹으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초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 한 그릇 먹고 싶었는데, 오늘 마침 그 소원이 이루어지니 힘이 절로 난다. 

 

  갈 때는이은영 회원의 차를 빌려 타고, 올 때는 안정기 회원의 차를 빌려 탔다. 오늘은 그야말로 입만 갖고 다닌 것 같아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그지 없다.  오늘 이자리를 만들어 준 변강 회장과 사모님의 배려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드리면서, 모든 회원들의 건투를 기원하는 바이다. 즐거운 하루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 오니 어둠이 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