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6.15)는 용인 프라자CC에서 배전인 친선 골프대회가 있었다. 배전분야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올 해가 두 번째를 맞는 행사다. 작년에는 약 50여명이 참석하였으나 올 해는 무려 80여명이 참석하여 프라자 CC의 그린을 꽉 메웠다. 나이로 보면 60대 초반에서 70대 중반까지의 선 후배들이 모인 자리다. 신록이 우거진 푸른 초원에서 운동복을 입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남달리 보이면서도 감개가 무량하다.
아침 6시에 반포 안선배님 댁 앞에서 최위원님과 박위원님을 만나 박위원님 차로 서울을 출발하여 클럽에 도착하니 6시 50분이다. 등록을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 식당으로 가서 마른 새우 넣고 구수하게 끓인 아욱국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고 나니, 벌써 티업 시간(8시12분)이 다 되었다.
내가 속한 조는 8조로서 최위원, 박위원, 남위원이 한조를 이루었다. 이 분들은 협회 연구위원 출신들이 모이는 수표회 멤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동료들 보다도 흉허물 없이 더욱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라이온 아웃코스에서 티업하여 인코스까지 18개의 홀을 돌면서, 예쁜 캐디 언니의 친절한 서비스와 익살꾼으로 정평이 나있는 박위원의 위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돌고 나니 어느덧 두 시다.
라운딩하기에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날이다. 약간 구름이 끼어 햇빛이 별로 없고 기온도 그렇게 무덥지가 않다. 그러나 라운딩하면서 긴장이 되서 그런지, 아니면 나만 더워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끝나고 나서 바로 샤워를 하고 냉탕과 온탕을 들락날락 하니, 온 몸에 피로가 싹 가시면서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다. 존득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는 라운딩하면서 간간히 마신 맥주와 막걸리의 숙취를 완전히 풀어 준다. 거기에다가 시원한 호프 한 잔을 입가심 하니 기분은 더욱 날라 갈 것만 같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황순현 배록회 총무님의 구수한 사회로 본 행사가 진행되었다. 개회사 대회사 축사 격려사 경과보고 성적발표 순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상(우승, 메달리스트, 장타상, 근접상, 다버디상, 다파상, 다보기상, 홀인원상)을 누가 타는냐다.
특이한 것은 메달리스트와 장타상을 70대의 연세 드신 분들이 탔다는 것이다. 장내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만큼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즐겁게 사시는 분들이라고 보면서 그 분들의 삶을 본받고 싶다. 다음 번에는 장타상만큼은 기필코 내가 타고 싶은데 뜻대로 될런지 모르겠다.
이번 행사는 당초 목표했던 바대로 이 대회를 통해 배전인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친선을 도모하고 우의를 돈독히 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본다. 이런 큰 대회를 치르면서 여러가지로 복잡함이 많았을덴데도 불구하고, 큰 하자 없이 멋지게 치러 낸 배록회 회장님과 총무님의 역량과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오늘 행사를 위해 수고를 하신 경기 진행요원들과 찬조를 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더 멋진 다음 해를 기대 해 본다. 배전인들이여,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내일을 위하여 모두 화이팅 하자!
라운딩하러 나가면서 클럽하우스 뒷면을 찍어 보았다.
이 골프장은 타이거코스와 라이온코스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36홀이다.
'70년대에는 명성컨트리클럽으로 부르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프라자컨트리클럽으로 부른다고 한다.
건물 외관을 보니 관록만큼이나 약간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8조 멤버들 모습이다. 구력이 오래되었을 뿐더러 기량도 만만치 않은 분들이다.
박위원님의 드라이버 스윙 폼이다.
힘을 뺀 상태에서 백스윙 톱에서 한 순간을 멈추고 내리 치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그런지 방향성이 좋아 페어웨이 안착율이 100%다. OB가 없는 것이 부럽다.
우리 멤버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남위원님의 샷 모습이다.
오늘 비록 80대 중반을 쳤지만 싱글을 치는 실력을 갖고 있다.
하체를 고정하고 힘 뺀 상태에서 채를 던지는 폼은 누가 봐도 일품이다.
최위원님의 드라이버 다운스윙 폼이다.
오른쪽 겨드랑이를 몸에 붙인 상태에서 스윙하는 것을 강조한다.
안정되고 간결한 폼을 갖어서 그런지 날아가는 공도 원하는 방향으로 쭉쭉 뻗는다.
오늘 80대 중반을 쳤는데 평균 실력은 발휘 하였다고 한다.
내 어드레스 폼이다. 어딘지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어쩌다 힘 빼고 치면 프로들 같이 300야드의 장타가 나올 때도 있는데 가물에 콩나기다.
박위원이 캐디 언니와 다정하게 무슨 얘기를 주고 받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우스개 소리를 하는듯...
천연 지형을 이용하여 그린을 조성해서 그런지 코스가 아주 자연스럽다.
주변에 울창한 나무들이 이 골프장의 역사와 관록을 대변하고 있다.
카트에 실린 백 중 왼쪽 것이 내 백이다. 바로 위 사진다.
지난 5월 내 생일 날 아들놈이 선물로 준 것이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백은 약 15년을 사용했는데, 겉에 비닐이 삭어 모두 벗겨졌다.
이런 것을 본 아들놈이 새 것으로 바꿔 준 것이다.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만류하였지만, 앞으로 골프를 치시면 얼마나 더 치시겠냐고 하면서 핀잔을 주듯 나를 설득한다.
받기는 받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을 가린다. 앞으로 소중하게 잘 쓰는 것만이 그 놈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행사장 모습이다.
같은 길을 걸어 온 배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정감이 간다.
이들은 오로지 『전력공급의 안정』이라는 지상과제를 놓고 불철주야 혼신에 노력을 경주하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공급신뢰도(호당정전시간)가 선진국보다도 더 우수한 16분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오늘 참석한 분들의 면모를 보니, 그 당시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던 그 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점을 후배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내내 건강하고 즐거운 나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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