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대명항에서 젓갈을 사면서.

凡石 2012. 8. 20. 00:13

 

 오늘은 일요일('12.8.19)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놈과 같이 서판교에 있는 남서울CC골프 연습장으로 달려가, 한시간 반 동안 신나게 연습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집에 돌아오니 12시반이다. 점심 밥을 먹고나니 졸음이 슬슬 오지만, 일요일 오후를 집에서 소일하는 것은 아쉽기만 하여, 아내와 같이 김포 대명항 수산시장이나 들려 시장구경도 하고, 강화도에 들려 갯 내음과 바닷바람이나 쏘이기로 하였다.

 

 

 이 코스는 가끔 주말이면 즐겨 찾는 코스다. 싱싱한 수산물과 맛깔나는 젓갈도 구입하고, 시장의 활기와 갖가지 풍물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항상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는데 어판장 한 쪽은 휴업을 하고 한쪽만 장사를 한다. 아마도 여름 휴가를 뒤 늦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요즘 경기가 없어, 일요일 날 교대로 휴업을 하는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쨋든 시장이 썰렁하니 구경 맛이 제대로 안 난다.

 

 꽃게는 봄에 한 철인줄 알았는데, 가을 문턱에 접어드는 이 때도 한 철이다. 가게마다 살아있는 꽃게들이 큰 프라스틱 그릇마다 그득하다.

큰 것은 1㎏에 1,5000원이고 좀 작은 것은 만원이다. 봄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가을 게는 살이 없어서 잘 못사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단다.

특히 암놈이 그렇다고 한다. 저녁 찌게꺼리로 숫놈 1키로를 사서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옆 동의 젓갈시장에 들려 젓갈을 사기로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여러 가게 주인들이 자기 물건을 사달라고 우리를 부른다. 좀 미안하지만 정중히 사양을 하고, 늘 다니던 단골집 '원자호'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인 아주머니가 멀리서 보고 우리를 반긴다. 언제 보아도 후덕하고 편한한 모습이다. 오늘도 사진 한번 찍자고 하였더니, 역시 옷차림이 사진을 찍을 차림이 아니라고 하면서 웃으시면서 정중히 사양을 한다.

 

 

 매번 젓갈을 이 집에서 사다 먹었는데 첫째는 짜지가 않아서 좋다. 냉동실에 매 끼마다 먹을만큼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하니까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오늘도 낙지젓 3키로를 사니, 오징어 젓갈을 덤으로 주시고, 요구르트 두 개를 꺼내 주시면서 올라가는 길에 차에서 잡수시라고 한다. 역시 통 큰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을 실감하면서, 나와 아내는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 해수탕으로 들어가, 오늘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 본다.

 

 

 올라 오는 길에 아내보고 웬 젓갈을 그렇게 많이 샀냐고 물어 보니, 하는 소리가 감동적이다. 시집간 딸내미가 이 젓갈을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고 하면서, 걔네하고 같이 나누어 먹으려고 좀 넉넉히 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보니 아차 싶다. 물어 본 내가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친다.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역시 어미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내의 정이 그렇게 잔잔하면서도 뜨거울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는데, 오늘 아내의 새로운 면을 보니, 웬지모르게 존경스러우면서도 대견스럽기만하다.

 

 된장에다 애호박과 풋고추를 썰어 넣고 푹 끓인 꽃게 찌게가 저녁 상의 주 메뉴다. 거기에다가, 김포에서 사 갖고 온, 인삼 막걸리 한 잔을 아들놈과 같이 나누어 마시니, 그 분위기와 맛이 기가막히다. 더구나 오랜만에 흰 쌀밥을 지어, 오징어 젓갈과 낙지 젓갈을 얹어 먹으니, 역시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오늘 저녁에는 기가 두번 막혔으니 어떻게 풀어야 할런지... ㅎㅎ 아무튼 오늘 내내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