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덥기만 하던 한 여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올 여름에는 청계천이 바로 지척인데도, 하도 더워서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는데, 백로가 지나 추분이 다가오니, 하늘도 맑고 바람도 시원해, 매일 산보를 즐긴다.
아직 나무 잎은 무성하고 푸르지만, 담벼락의 애기 담쟁이는 수줍게 물들어 가고, 길섶에 핀 강아지풀들은 마치 산보객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바람에 하늘대며 손을 흔든다. 억새풀, 개망초, 나팔꽃, 구절초 꽃도 군데군데 무리지어 피었다.
참새 떼는 이 나무 저 나무를 왔다 갔다 하며 짹짹거리고, 먹이감을 찾는 비둘기 떼들은 못 먹어서 그런지 비실거린다. 남녀노소 산보객들은 저마다 청계천 맑은 물처럼 생기가 넘쳐 흐르고, 물속에서 유유히 노니는 잉어 떼들은 덩치만큼이나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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