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12.10.1) 오후에는 장모님댁에 문안 인사를 가서, 집 앞 화단에 만들어 놓은 텃밭을 구경하였다. 크기는 약 20평 정도로서, 노인 양반이 혼자 가꾸기에는 아주 적당하다.
원래 섬세하고 깔끔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잡풀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하게 잘 가꾸어 놓으셨다. 밭 한구석에는 김장용 배추, 무우, 파, 갓 등이 실하게 자라고, 보라색과 흰색의 도라지 꽃, 빨간 가을 장미, 요즘 한창인 연분홍색의 들국화가 텃밭을 환하게 수 놓았다.
텃밭 한가운데가 텅 비어 있길래 왜 그러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파를 심었던 자리인데 이번에 파김치를 담으려고 모두 뽑았다고 하신다. 우리 장모님의 음식 솜씨는 그 누구 못지않게 뛰어 나시다. 모든 요리를 맛깔나게 잘 하시지만 특히 김치를 잘 담그신다. 그중에서도 파김치 맛은 아주 일품이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아 누구나 맛있게 잘 먹는다. 내 입맛에 딱이다.
갖 버무린 겉저리도 맛있지만, 약간 새콤하게 익은 김치는 더 맛있다. 파 김치 하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그 날도 여러 통을 담아 자식들에게 한 통씩 나누어 주신다. 당신이 직접 키운 파를 뽑아다가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파 김치는 그야말로 무공해 웰빙 음식이다. 거기에다가 자식 사랑과 정성이 듬뿍 더해지니 어찌 그 맛이 구수하지 않겠는가.
오늘 점심에도 장모님이 만들어 주신 파김치에 라면을 끓여 먹으니, 얼큰하고 매콤한 맛이 내 입안을 놀라게 하면서, 그 분의 고마움이 새삼 느껴진다. 모쪼록 장수하시어 내내 파김치를 담아 주셨으면 좋겠다. 장모님의 건강을 빌면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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