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동해어가 전어 맛, 뮌헨호프 노가리 맛에 빠지다.

凡石 2012. 9. 23. 15:03

 

 

 엊그제('12.9.20) 오후 6시경 퇴근을 하려던 참인데  평소 존경하는 교대파 두목 류승봉 선배한테 전화가 걸려 온다. 내용인즉 내가 보고 싶으니 빨리 나오라는 것이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사무실 인근에 있는 관수동 '동해어가'라고 한다. 평소 교대 부근에서 만나 당구 치고 호프 한 잔하는 멤버인데, 오늘 왜 이곳까지 왔는냐고 물으니, 친구들과 전어를 먹기 위해 일부러 왔다고 한다.

 

아니 전어 먹을 곳이 없어 이 곳까지 왔느냐고 재차 물으니, 이 집이 전어 요리를 아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찾아 왔다고 한다. 그러니 여러 말 말고 빨리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출출하던 참인데, 전어구이를 생각하니 입안에서 군침이 마구 솟는다.

 

얼른 책상을 정리하고 '동해어가'로 달려가니, 그 분 일행들이 나를 반긴다. 모두 네 분인데 한 분을 빼고 나머지 분들은 이미 구면이다. 그 중에서도 정 위원은 매일 카톡에서 만나, 나를 즐겁게 해 주는 기쁨조로서 나의 절친이다.

 

 전어 회와 무침을 먹고 나니 구이가 나온다. 회는 씹을수록 담백하고 구이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깻잎에 회 한 첨과 마늘 한 조각을 올려 놓고,  막장을 찍어 한 입 싸 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다. 천일염을 뿌려 노릇하게 구운 구이를 머리에서 꼬리까지 꼭꼭 씹어 먹으니,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이 집의 전어는 자연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소한 맛이 더하다.  거기에다가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와 예쁜 종업원 언니들의 서비스가 더해지니, 그 고소한 맛이 훈훈하고 구수한 맛으로 변한다. 맛과 분위기의 향연이 어우러지는 곳, 이 집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향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 이 자리의 계산은 정위원이 하였다. 분위기까지 돋구면서 요리 값까지 계산을 하다니 정말 고맙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늘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남다른 바가 있다. 아마도 박애 정신을 바탕으로 의리와 우정이 충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본 받아야 할 점이 많은 친구이라고 본다.

 

 

 

 

 

 

 

 

 저녁을 먹고나니 배가 부르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우선 당구 한 게임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가끔 치기 때문에 어색하지가 않았으나, 다른 분들은 큐대를 잡아 본지가 꽤 오래 되어 좀 어색하다고 한다. 그래서그런지 내가 일등을 하고 꼴찌는 류선배가 하였다. 류선배는 요즘 당구 실력이 퇴보 되었는지, 자꾸 꼴찌만 한다면서 심기가 약간 불편한 모습이다.

 

 약 한 시간 동안 당구를 치고 나니 배가 적당히 꺼진다. 오늘 저녁 밥도 얻어 먹고, 당구도 공짜로 쳐서 미안한 마음이 그지 없다. 고양이도 낯짝이 있다는데 , 그냥 갈 수는 없어 호프 한 잔을 사기로 하였다.  

 

 늘 다니는 단골 집, 을지로 3가 노가리 골목의 '뮌헨 호프'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이 골목에 여러 집의 호프집이 있지만 웬지모르게 이 집만을 찾게 된다. 다른 집은 기본으로 팝콘만 주는데 비해, 이 집은 땅콩 안주도 둠뿍 주기 때문인가. ㅎㅎ.  비단 그것만은 아니다. 안주도 맛 있고   서비스도 변함 없이 좋다.

 

 이 집 노가리는 크고 살이 통통하여 씹을만 하다. 여기다가 매운  양념 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입안이 얼얼하면서, 이마에서는 금방 땀방울이 솟는다. 그런 맛으로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같은 사람은 너무 매워서 마요네즈 양념장을 찾는다.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워 그런지, 쌉쌀한 호프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오늘 모처럼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대화하면서, 당구도 치고, 맛있는 전어와 노가리 안주에 술 한잔 하니, 기분이 째질것만 같다. 친구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