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12.10.26)는 우리 탕정초교 제 24회 동창들이 강원도 삼척에서 1박2일 동안 야유회를 갖었다. 참석인원은 여자 9명 남자 15명으로서 모두 24명인데, 이는 역대 야유회 모임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였으며, 특히 여자 동창들이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그 어느 때 보다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였다.
야유회를 떠나는 당일은 마침 회사의 추계 체육대회 행사가 있어, 부득이 아침 일찍 동창들과 동행하지 못하고, 오후 1시쯤 행사장을 빠져 나와, 나홀로 삼척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에 등산으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버스에 올라 타자 마자 졸음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비몽사몽 간에 버스 기사님의 안내 방송에 눈을 떠보니, 어느덧 동해 버스터미널이다. 이제 여기서 얼마 안 가면 삼척이다. 곧 보고 싶은 친구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냥 벅차 오른다. 거기다가 차창 밖 단풍마저 내 마음을 홀리니 감개가 무량하다.
삼척 터미날에 내리니 성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궁촌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 오라는 것이다. 택시기사가 하는 말이 궁촌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요금이 꽤 나온다고 사전에 예고를 한다. 택시비가 얼마 나오던간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빠른 길로 빨리 가자고 서둘러 본다.
해변도로를 따라 약 20여분간 달리다 보니 목적지인 레일바이크 정거장이 보인다. 그러나 친구들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들이 타고 온 버스만 덩그렇게 보일뿐이다. 아직까지도 레일바이크를 즐기고 있는것 같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반가운 친구들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졸업 하고 처음 보는 인영이, 졸업하고 한 두번 밖에 보지 못한 분원이, 수창이, 원식이, 작년에 만나고 처음 보는 고향 친구들, 두달에 한번씩 보는 서울 소꿉회 멤버들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나서 저녁 회식 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연산 회만 취급하는 근덕면 초곡항의 '옥수호 2호집'인데 집은 비록 허름하지만 생선회와 스끼다시는 정갈하면서도 싱싱하고, 졸깃하면서도 담백하다. 회도 데코레이션 없이 큰 접시에 듬뿍 담아서 그런지, 적당량을 주문하였는데도, 실컷 먹고 남을 정도니, 그 양이 어는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저녁을 먹고 나서 오늘의 숙소인 용화 해수욕장 주변의 소라 민박집으로 갔다. 방 배정을 끝내고 나서,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나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화이어가 시작되었다. 나무는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일행을 위해 며칠 전부터 일부러 준비하셨다고 한다. 드디어 나무에 불이 붙었다.
우리 모두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껴 안기도 하고 어떤이는 감격하여 불 앞에서 절을 한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 내 속된 마음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드넓은 바다의 기운을 가득 담아 본다.
모닥불 앞에 둥글게 모여 앉아 수건돌리기를 하면서 박인희의 '모닥불' 조용필에 '여행을떠나요' 키보이스의 '바닷가의 추억' 안다성의 '바닷가에서' 기타 동요로서 '푸른하늘 은하수' 등,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줄줄히 노래가 이어진다. 술래가 되면 벌칙으로 노래도 하고 장기 자랑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 간다.
아침 일찍 일어 나 인근에 있는 장호항 수산물 시장으로 구경을 나갔다. 경매가 한창이다. 주로 문어가 대부분이고 새우, 낙지, 놀래미 등도 보인다. 성탄이가 이 지방에 연고가 있어 그런지 특산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침 메뉴는 해장국으로 곰치국을 끓인다고 하면서 곰치 두마리를 10만원의 거금을 주고 샀다.
주인 아주머니가 곰치를 손질하는 동안 인영이는 파와 무우를 다듬고, 영수는 밥을 하고 마늘을 깐다. 이윽고 가마솥에서 푹 고은 곰치국이 식탁에 올라온다. 복자와 정희 순현이가 국 그릇을 나르면서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 누가 충청도 아줌마가 아니라고 했나 ㅎㅎ, 그야말로 인심 좋은 충청도 아줌마들이다.
가끔 곰치국을 사서 먹어 보긴 했지만 오늘 여기서 이렇게 실컷 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시큼한 김치국물을 넣어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미다. 전날 과음 탓도 있지만 무려 세 그릇이나 마셨으니, 나도 참 미련한 놈이다.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세 그릇이나 먹다니,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아무튼 전날 먹은 술이 확 깬다. 영원히 못 잊을 맛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수족관을 구경하고 봉화로 넘어 와 '인하원'이라는 식당에서 귀한 송이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늘 그랬듯이 버스에서 음주 가무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옛날만 못하다. 아마도 나이 들어가면서 흥이 그만큼 떨어 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않되는데...
1박 2일간 허물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그야말로 동심의 세계에서 놀다 보니 주름살이 몇개 없어진 기분이다. 불원천리 마다않고 뒤늦게 혼자 숨가쁘게 달려 온 것도, 바로 이런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마음이 하늘만큼이나 컸기 때문이다. 혼자라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성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친구들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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