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전기원 기능평가업무를 마치면서

凡石 2012. 12. 29. 23:00

 

 오늘('12.12.29)은 대한전기협회 수색훈련원에서 마지막으로 전기원 기능평가업무를 마쳤다. 퇴직하고 나서 약 6년간 해 온 업무를 금년 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평가위원의 나이가 65세로 제한되어 있기때문이다.

 

그동안 약 100여 회 넘게 전국 각지(수색, 포천, 의왕, 증평, 정읍. 함평, 대구, 울산, 고성, 밀양, 김해)에 있는 전기원 양성학원으로 평가를 다니면서, 여행 아닌 여행의 즐거움도 맛 보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의 보람과 자부심을 한껏 느끼기도 하였다.

 

 평가위원의 사명은「대한민국 전기원의 자질 향상」을 위해 항상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람만 골라 냈다는 것이 자부심을 갖게 하며, 또 한편으로는 단 한건의 이의제기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바이다.

 

 하지만 필기시험 과정에서 약간의 컨닝 사례를 단호하게 퇴장시킨 점이라던지, 아니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평가 도중에 가차없이 하차시킨 사례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평가업무를 다니면서 에피소드도 다양하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사항은 KTX를 약 3분간 출발을 지연시킨 사례다. 새벽 5시 20분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목포행 KTX를 타야하는데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5시 정각이다. 자명종을 안 눌러 놓고 잔 것이 화근이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 입고 딸내미와 같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가보니, 때마침 내차 앞에 어느 차가 주차되어있다. 이를 밀고 당기면서 지하주차장을 나오니 5시 5분이다.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한 결과 집에서 용산역까지 불과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착한 시각이 5시 17분이다. 딸내미에게 차를 얼른 넘겨 주고, 나는 그 높은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 대합실에 도착하니, 기차가 출발하는 시각 5시 20분이다.

 

 이 때 마침 역무원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하는말이 "지금 이 차를 타려고 하세요?"   그렇다고 하였더니 워키토키로 무전을 한다. 아마도 기관사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빨리 내려가 보라고 한다. 수 십 계단을 마구 뛰어 내려가니 KTX의 출입문은 꽉 잠겨있다. 조금 있으니 그 육중한 문이 서서히 열린다.

 

 허겁지겁 올라타니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차가 출발한다. 그 때 시각이 정시보다 약 3분 늦은 시각이다. 심장이 곧 터질것만 같다. 한참동안 쭈구리고 앉아 숨을 거세게 몰아쉬고 나니 어느정도 진정이 된다. 겨우 내 자리를 앉아 생각해 보니, 내가 미쳐도 한참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반드시 이 차를 타야만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한것이 문제였다. 그 다음 열차를 타도 업무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는데도, 왜 그런 여유를 못 부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미련하기만 하다.

 

 다행히 큰 사고가 없었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그 과정에서 안전사고라도 났더라면 어떻게 했을런지 지금생각 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항상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지혜 또한 중요하다고 보며, 아울러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새삼 생각이난다.

 

 이 업무를 하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첫째는 일을 만들어 주신 전기협회 관계자분들이다. 가끔 주말에 여행아닌 여행을 즐김으로서 스트레스도 풀수 있었고, 또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기때문이다. 두번째는 내 식구들이다. 아내는 매번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아침 밥을 챙겨주고, 자식들은 이른 새벽 마다않고 차를 운전하여 나를 기차역전까지 태워다 주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참으로 잊지 못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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