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며늘아기의 정성에 반하다.

凡石 2018. 2. 19. 14:49


 구정 명절이 지나고 바로 그 다음날이다. 점심 때쯤 아들 내외가 집으로 들어온다. 언제나 봐도 듬직한 아들놈은 귀엽둥이 손녀딸 민서를 안고 있고, 예쁜 며늘아기는 양손에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한 보따리를 들고 있다. 짐작하건대 무슨 요리를 해 온 모양이구나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생전 처음보는 요리가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것이 도데체 무슨 요리냐고 하니까 "밀푀유 나베"라고 한다. 이름도 생소하여 바로 인터넷을 뒤져본다.


"밀푀유"란 프랑스어로서 "천 개의 잎사귀"라는 뜻이고 "나베"는 일본어로서 "냄비"라는 뜻이다. 일종의 일본식 샤브샤브요리인데 밀푀유라는 프랑스 디저트 음식에서 착안한 퓨전요리라고 한다. 맛은 쇠고기 버섯전골 샤브샤브 맛이지만 밀푀유란 뜻이 말하듯 그 모양이 예뻐서 눈으로 먹는 느낌이라고 한다.


하도 신기하여 가만히 들여다 보니, 노란 속배추 한장과 깻잎 한장 사이에 얇게 썰은 소고기 한장을 넣어 겹겹히 쌓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넣고, 한 가운데는 싱싱한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 포고버섯, 새송이버섯으로 채워 전체적인 요리의 미적감각을 드높혔다. 마치 어느 화가가 차분하게 잘 그려 놓은 비구상화를 보는듯 하다. 그야말로 예술작품이다.


이어서 육수를 넣고 어느정도 팔팔 끓인다음, 고기 야채와 버섯을 돌돌 말아 양념 소스에 찍어 한 입 먹어보니, 우리가 흔히 먹어 본 일반 샤브샤브는 저리가라다. 맛이 깊고 부드러운 것이 잎품이다.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배추는 섬유질이 많고 저열량 채소로서 다이어트에 좋고, 깻잎은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버섯은 고혈압예방과 노화방지, 뼈건강, 항암효과에 좋다고 한다. 여기에 쇠고기는 기력을 보충한다고 하니, 천하에 이 보다 더 좋은 웰빙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싶다.


 맛은 그렇다손 치고, 직장일로 항상 시간이 부족한 며늘아기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이런 음식을 직접 만들어 시부모님에게 제공 하겠다는 그 정신이 얼마나 가상한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럽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고마운 우리 며늘아기 화이팅!!! 고맙다


















아래 음식은 지난 해 말, 아내가 외국에 사는 딸네 집에 잠시 다녀 오는 과정에서  내가 혼자 있다보니 며늘아기가 안스럽게 보았는지 떡국과 요리(쪽갈비찜과 버섯요리 등)를 해 갖고 와서 잘 먹은 적이있다. 그 때도 역시 감동스러웠는데 이번에 또 나를 감동스럽게 만드니 참으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착한 며늘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