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해낸 어느 천사분의 선행을 기리다

凡石 2018. 3. 29. 13:43



 '18.3.27 18시쯤이다. 노량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려고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변을 살펴보니 바로 게이트를 나온 어느 노인 한 분이 곧바로 쓰러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다. 일자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사람의 나이는 아마도 70세 후반에서 80세 초반 정도로 보인다.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어쩔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순간, 어느 한 여성이 용기있게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자세를 취한다. 먼저 환자의 코에 손을 대고 숨을 쉬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곧장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이어서 역무원에게 자동 제세동기를 갖고 오라고 지시(?)하고 열심히 환자의 가슴을 눌러댄다. 폼이 매우 세련된 것으로 보아 의료업종에 종사하는 분 같다. 또 어느 시민은 119에 전화를 건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보고 있노라니 오늘 이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은 만점을 주고 싶다. 마치 어느 민방위 훈련에서 시나리오대로 연습하는 과정보다도 더욱 효율적이고 짜임새가 있다. 그만큼 우리 시민들이 갖고있는 의료지식이나 상황대처능력이 일반화되고 고도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윽고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한다.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수고한 이름 모를 천사는 이를 지켜보다가 환자가 의식이 돌아 오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뒤 늦게 그 분의 인적사항이라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보아, 그녀의 뒷 모습을 보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의연한 자세로 멀리 있는 지하철 출구를 빠져 나가고 있다.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에도 저런 착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건전한 사회가 유지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분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의 발로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고 있노라니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흔히 인명구조에서 처음 4분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하는데, 이 사고야 말로 단 1분도 않되어 즉각 대처함으로서 고귀한 생명을 구하였다고 본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분의 쾌유를 빌면서, 선행을 아끼지 않은 이름 모를 어느 천사분의 앞날에 많은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