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정월 대보름 <부럼>을 깨물다.

凡石 2009. 2. 8. 23:13

 

 오늘(2.8) 낮에 예식장을 다녀 오면서 집으로 들어 가는데 이수역 주변에 있는 남성시장에 사람들이 평일보다 더 북적거린다. 아마도 내일이 대보름이니까 오곡과 갖가지 나물 그리고 부럼을 사러 나온 모양이다.

 

 나도 부럼이나 조금 사 볼까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인 가게 앞에 서서 동정을 살펴 본다. 그 가게에는 호두와 땅콩만을 파는데 산지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호두의 경우 미국산 북한산, 국산이 있는데 국산가격이 월등히 더 비싸다. 그 아저씨 말에 의하면 국산은 한가마니에 97만원이고 북한산은 고작 28만이라고 하니 국산이 약 3배가 비싼 편이다. 

 

생김새와 빛깔도 조금 다르고 맛도 다르다고 한다. 물론 국산이 야무지고 고소하다고 한다. 국산 호두 한봉지(약 15개 정도)와 국산 땅콩 한봉지를 만원 주고 샀다.

 

 

 

 

 원래 부럼은 보름날 새벽에 깨물어야 되는데 형편 상, 열 나흗날 저녁에 깨물기로 하였다.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월 대보름의 유래와 전통 풍습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부럼을 깨면서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은근히 기원하여 본다.

 

원래는 이로 깨물어야  효험이 있다는데 호두는 이로 깨물 수가 없어서 무지막지하게 망치를 사용했다. 과연 신토불이라서 그런지 속이 여물고 맛이 고소하다.

 

 

 

 

 

 

 

 정월 대보름 날의 풍습으로 전해 내려오는 행사와 음식, 놀이 등이 지방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어렸을때 지켜 본 우리 고향 마을의 풍습을 어렴풋이 기억하여 본다.

  ○  보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였는데, 가족 중에 누군가 잠이 들면 장난 삼아  밀가루 등   으로 눈썹을 하얗게 칠해놓기도 한다.

 ○ 보름날 해 뜨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한 해 더위를 판다 고 하여  "내 더위 사가라~" 하고 외치기도 한다.

 ○ 초저녁에 뒷동산에 올라 달을 맞으면서 새해의 풍년과 행운을 빈다.

 ○ 그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낸다는 뜻으로 연을 띄워 보낸다.

 ○ 정월 보름날 새벽에는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는 의미에서 밤, 잣, 호두 등 단단한 견과류의 부럼을 먹는다. 

 ○  쌀,  보리, 조, 수수, 팥 등의 다섯 가지 이상의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는다.

 ○ 무, 오이, 호박, 가지, 버섯, 고사리 등을 말려 둔 것을 먹는다. 여러 집에서 아홉 가지 나물을 아홉 번, 또는 열 가지 나물을 먹고 나무도 아홉짐을 한다. 

 ○  대보름 밤에 쥐불을 놓아 벌레를 없애기도 하고 깡통에 불을 붙여 돌리면서 액운을 태우기도 한다.

 ○ 농악을 치며 집집마다 다니면서 액운을 쫓아 주기도 한다. 이때 대접 받은 술을 먹으면서 춤추며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