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작품번호를 만든 사람들

클래식 작품번호를 만든 사람들

 

 

대부분의 음악작품에는 으레 작품번호가 매겨져 있다. 보통은 작품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Opus의 약자 'Op'로 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몇몇 작곡가의 작품에는 고유의 표기가 따라 붙는다. 그 표기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분류하고 확인하여 카탈로그화한 음악학자들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붙는 숫자를 곡마다 매김해 놓았다. 모차르트의 작품이면 거의 예외없이 'K'(쾨헬)번호가 붙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도이치(Deutsche)
오토 에리히 도이치(1883-1967)는 '슈베르트 : 생애와 창작의 기록'의 저술로 슈베르트에 관한 권위자로 인정받은 오스트리아의 음악 문헌학자이며 전기작가이다. 그는 연대기적인 순서로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에 번호를 매겼다. 그에 의한 슈베르트의 작품수는 총 998개. 이 가운데 교향곡 '미완성'은 D.759이며, '그레이트'는 D.944이다.

 

호보켄(Hoboken)
네덜란드 음악서지학자 안토니 판 오보켄은 바흐에서 브람스까지 대작곡가에 대한 방대한 양의 자필악보 사진판을 소장, 연구자에게 크게 기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하이든의 작품에 1957년과 1971년 두 권으로 된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하이든의 작품번호는 통상적으로 'Hob'라 표기된다.

 

커크패트릭(Kirkpatrick)
미국 하프시코드 연주가 랄프 커크패트릭은 나디아 불랑제와 반다 란도프스카에게 사사하고 고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인물이다. 1940년 예일대학 교수로 취임한 뒤 음악학자로서 바흐,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등의 연구와 악보 교정을 하고 있다. 1953년에 건반악기 소나타가 600여곡이 넘는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카탈로그를 출판했다. 'K'로 표기되는 이 작품번호는 모차르트의 쾨헬번호와 혼동되어서는 안된다. 또 하나의 스카를라티 작품번호는 아래에 소개되는 Longo이다.

 

쾨헬(Kochel)
오스트라아의 루드비히 폰 쾨헬(1880-1877)은 원래는 식물학자이며 광물학자였다. 그랬던 그가 모차르트 연구가로 변신한 것은 1851년. 한 친구가 출판한 모차르트에 관한 책이 너무 부실한 것을 보고, 모차르트 작품의 연대순 목록을 편찬할 결심을 한다. 그 결과 '모차르트의 전음악 작품의 연대순 주제 목록'이 발간되었는데, 이는 그를 일약 모차르트 연구가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에 의한 쾨헬(K)은 가장 유명하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모차르트의 작품번호인데, 모두 626의 수에 달한다. 이 쾨헬목록은 훗날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에 의해 개정되고 보완되었지만 'K'는 기본적으로 남아있다. 때때로 이 번호는 작품목록이라는 의미의 Kochel-Verzeichnis의 이니셜을 따서 'KV'로 표기되기도 한다.

 

롱고(Longo)
알레산드로 롱고(1864-1945)는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892년 나폴리에 스카를라티 협회를 설립했다. 이 협회에서 주관적인 변경을 가한 판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가장 완전한 판이었던 그의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작품목록은 오늘날 위에서 언급한 커크패트릭의 번호를 쓰고 있다. 그렇다 해도 'Longo' 혹은 'L'로 표기되는 그의 이니셜은 아직도 효용가치를 가지고 존재한다.

 

리옴(Ryom)
안토니오 비발디의 방대한 작품을 목록화하는 여러 시도 중에서 1977년 파리에서 출판된 피터 리옴의 목록은 가장 포괄적인 것이다. 당연히도 그 작품번호에 붙는 이니셜은 'R'이 된다. 그 이전에 나온 마르크 핀케를과 안토니아 파나에 의한 목록도 있는데, 그것은 각각 'P'와 'F'로 표기되었다.

 

슈미더(Schmieder)
볼프강 슈미더는 동부 독일의 음악문헌학자이며 도서관 학자다. 여러 대학의 도서관 사서를 거쳐 라이프지히의 유서 깊은 음악출판사인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사의 자료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의 번호를 매긴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작품에 대한 그의 목록은 바흐 작품목록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Bach-Werke-Verzeichnis에서 이니셜을 따와 'BWV'로 사용했다. 이것은 바흐 사후 2백년이 되는 1950년에 출판되었다. 이 작품번호는 1,080개의 인증된 작품들을 열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