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Classic

하이든 교향곡에의 초대

凡石 2009. 4. 27. 21:55

하이든 교향곡에의 초대

 

 

요셉 하이든의 경우 음악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교향곡, 현악4중주, 피아노3중주 등의 양식이 확립되는데 하이든의 공을 확실히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클래식 음악을 상당히 오래 들으셨고 음반수집량이 매우 많으신 애호가들도 막상 하이든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너무 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이든의 음악에 왜 열성팬들이 적을까(제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 봤습니다.


(1) 작품의 수가 너무 많다. 교향곡이 104번, 현악4중주가 82번... 번호수에 질리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2) 음악이 주는 감동이 2% 부족하다. 모짜르트에서 얻는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아름다움,
     베토벤을 들을 때 느끼는 진취적, 도전적 요소, 브람스가 주는 중후한 우수의 세계,
     말러의 음악에 내재된 세기말적 탐미적 요소, 이런 것이 없다는 것이죠

(3) 너무 고전적이다 (균형을 잃지 않는 단정한 형식)

(4) 좋은 연주가 적어서, 지루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러나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하이든의 음악을 열심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음악양식 중 인류 최대의 발명이라 할 교향곡을 확립한 작곡가이다.

(2) 가족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 (말러, 브람스, 베토벤 음악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3) 대형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라도 잘 재생할 수 있는 음악이다.

(4) 음악에 위트, 유모가 있으면서도 매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 연주가 현대로 오면서 과연 발전했느냐는 의문을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현대의 지휘자, 독주자들의 연주는 과거 거장들에 비해 상당히 취미적 요소가 부족하고 몰개성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푸르트뱅글러 같은 지휘자에 대한 관심이갈수록 커지는 현상이 이를 반영합니다. 비록 베토벤교향곡 연주에 있어 현대의 연구 성과가 잘 반영되고 있지만 푸르트뱅글러와 토스카니니 연주의 위대함은 많은 애호가들에게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하이든 교향곡 만큼은 현대의 연구 성과에 의해 제대로 된 연주와 해석을 음악팬들이 접할 수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과거 거장들에게 하이든 교향곡은 크게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88번에서 104번까지의 몇 작품이 연주되는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낡았지만 안탈 도라티가 하이든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것은 당시로는 대단한 모험이었습니다.현대에 접어들면서 88번 이전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악보연구의 성과가 반영된 좋은 연주들이 1990년대 이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하이든 교향곡에 관한 한 최신연주 중 좋은 것들이 많은 것입니다 .

하이든 교향곡수 총 106곡 다 들어야 하나?

하이든 교향곡 작품수는 무척 많습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작품수가 너무 많은 것이 평가절하의 한 원인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이든 교향곡 작품번호는 Hoboken (Hob.) 번호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호보켄 번호가 붙은 작품이 104개, 거기에 A, B라는 두 작품을 더하여 106곡으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사실 하이든이 살아 있을 때 유럽에서 하도 명성이 높고, 이른바 잘 팔리는 작곡가이다 보니 출판업자들이 하이든의 이름을 빌린 가짜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기(?)라면 "장난감 교향곡" 이 있습니다. 결국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의 작품으로 판명되었으나 제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 음악시간에 거의 하이든 작품으로 알고 지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100곡이 넘는 하이든 교향곡 전곡을 감상해야 할까요?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하이든 교향곡의 정수는 역시 파리교향곡으로 명명되는 82번부터 런던교향곡 또는 잘로몬교향곡 시리즈의 마지막곡인 104번까지 모두 23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3곡이지만 평균 연주시간 25분이니까 감상에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초, 중기 작품 중에도 걸작들이 있습니다.
26번 탄식(lamentatione), 협주교향곡 성격의 31번 Horn Signal
44번 슬픔, 45번 고별, 47번, 51번, 52번, 73번 사냥 등은 아주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44번, 45번, 51번, 52번 등은 단조의 미학을 잘 보여줍니다. 중기작품에 흔히 질풍노도(Strum und Drang) 문학사조를 연결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82번에서 87번까지의 6개 작품을 파리교향곡 시리즈로 분류합니다.
88번에서 92번 옥스퍼드까지는 파리교향곡 2탄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6개가 되어야 짝이 맞는데 5곡만 남아 있습니다. 92번은 비유하자면 하이든의 에로이카라고 평가됩니다. 93번에서 104번까지는 6곡시리즈 2개로 구성된 런던교향곡 시리즈로 고전 교향곡의 형식이 확립된 의미있는 걸작들입니다.

하이든의 교향곡에는 이름이 붙은 작품이 많은데 그 이름들이 꼭 작품의 성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작품이 많다 보니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파리교향곡 중 82번은 곰, 83번은 암탉, 85번은 여왕으로...
런던교향곡 중 94번은 놀람, 96번은 기적, 100번은 군대, 101번은 시계, 103번은 큰북연타, 104번은 런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음악사에서 하이든의 비중과 역활

프란츠 요셉 하이든 (1732 ~ 1809)은 오스트리아의 동부 헝가리
국경에 인접한 시골 마을인 Rohrau에서 태어났습니다. 최초의 교향곡 전집 녹음을 시도한 안탈 도라티가 필하모니아 헝가리카와 작업했다는 것이 결코 우연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이든... 비교적 장수한 음악가입니다. 모짜르트는 1756 ~ 1791... 하이든과 비슷한 시대의 인물인데...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토벤은 1770~1827... 하이든 후세대 작곡가입니다. 모짜르트와 베토벤이 하이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음악들을 작곡할 수 있었을지?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음악교과서적 수사는 하이든의 음악사적 중요성을 우리에게 잘 설파해 주고 있습니다.
하이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실 과거나 오늘이나 예술을 하면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것이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고전음악의 탄생에도 후원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누가 후원했을까요? 당연히 그 시대의 귀족들입니다. 물론 왕실이 될 수도 있구요...
하이든은 귀족들의 후원체계에 만족하고 살아간 어쩌면 마지막 대작곡가였습니다.

이것은 모짜르트나 베토벤과는 매우 다른 특징입니다. 다소의 과장은 있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는 희대의 천재 모짜르트가 작곡을 위해 필수적인 후원체계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충돌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생애도 역시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이든은 오늘날에 태어났더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사교성이있었고, 체제순응적(?)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하이든은 자신의 작품의 연주가 성공하는 모습을 자신의 시대에 확인한 작곡가입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하이든 시대에 문화중심지, 런던과 파리에서 하이든의 교향곡이 연주회 프로그램에 한 곡이라도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이든을 후원한 귀족은 헝가리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이 컸던 에스터하지(Esterhazy) 가문이었습니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가와의 관계를 30년동안이나 유지했습니다. 1761년에서 1790년까지입니다. 1790년 니콜라우스 1세가 사망하면서 하이든은 요즘 표현으로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 1791년에서 1792년까지 약 1년 6개월, 1794년에서 1795년까지 약 1년 6개월, 두차례에 걸쳐 하이든은 런던에 머물렀습니다. 이 시기에 각 6곡씩 작곡된 총 12곡의 교향곡들을이른바 런던교향곡, 또는 잘로몬교향곡이라 칭하는데 당연히 하이든의 많은 교향곡 중최고의 걸작들이며 이것이 베토벤에 이르러 만개한 교향곡의 토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 글 : 장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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