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미사리 까페촌의 가을 풍경을 산책하면서....

凡石 2009. 10. 26. 23:31

 

 

 엊그제는 오랜만에 미사리 까페촌에 들려, 가을 풍경을 감상하면서 점심으로 맛있는 보리밥도 먹고, 조정경기장 내의 현란한 단풍도 구경하고, 구산성지에 들려 순교자의 얼을 되새기면서 하루를 즐기고 왔다.

 

 점심 때가 되어 무얼 먹을까 궁리하던 참에, 길가에 숨두부집이라는 간판이 보이길래, 간단하게 순두부나 한그릇 먹을까 하여 들려 보았다. 숨두부가 무엇인가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 보았더니 순두부의 사투리로서 주로 충청도지방에서 불리워 진다고 한다. 메뉴를 보니 순두부 찌개는 없고 보리밥 정식이 있다.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순두부도 나오고 청국장도 나온다.

 

  음식점 분위기는 까페촌에 걸 맞게 내부 인테리어도 예술적이고, 실내 음악도 비록 라이브는 아니지만, 중년 여인들이 좋아 하는 가수 박강성의 분위기있는 노래가  잔잔하게 흐른다. 음식 맛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그런대로 좋아, 부부나 연인들끼리 오순도순 정답게 이야기 하면서,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으로서 손색이 없다.

 

 

   

 

 

  

 

 

 

 

 

 

 

 

 

 

 구산 성지는 하남시 미사리에 있는 성지로서 한국성인 103위 성인 중 71번째 나오는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을 비롯하여, 그의 형제와 아들 조카들 여덟 명의 순교자가 묻혀 있는 곳이다. 160여 년 동안 순교 성인의 후손들이 살아오며 성인의 묘소와 가족 묘지를 보존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산의 모습이 거북을 닮아 구산()이라고 부른다.

 한국전쟁 때는 원로 신부들의 피신처로도 이용되었다. 서울대학교 미대 학장을 지낸 김세중()이 조각한 성모자상()이 유적지 내 잔디밭 한가운데 있다. 교통이 편리하여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으며, 조경이 아름다워 드라마와 광고,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성지에 들어서니 각종 가을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고, 예술작품 못지 않은 예수님의 수난기를 묘사한 각종 조형물이 즐비하고, 청자 백자로 빚은 아름다운 성물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 마치 잘 가꾸어 놓은, 어는 공원이라도 찾아 온 기분이다. 한 편에는 마치 농사를 장난 삼아 짓는 양, 아주 자그마한 논배미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착하게 생긴 허수아비 부부가 참새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미사리 조정경기장 단풍은 아마도 서울 근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 조정경기장이 만들어 진 것이 88년 서울 올림픽 때니까 주변의 가로수와 조경으로 가꾸어 온 나무들도 수령이 약 20여년이 훨씬 넘어서 그런지, 나무 가지와 잎도 울창하고 단풍도 현란하기 그지 없다.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의 갖가지 색들이 어울려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잔디 광장에는 각종 예술작품의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무심코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그렇지 않아도 금년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제대로 못하고, 겨울을 맞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니, 오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고맙기 짝이 없다.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황사인지 운무인지 모르나, 시야가 흐려서 청명한 가을 하늘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먼 산도 희뿌옇기만 하다. 오늘 같은 날, 깊어 가는 가을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지, 웬지 모르게 내 마음 어딘가가 허전 해  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