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들꽃산악회 관악산 등산

凡石 2010. 4. 11. 19:06

    

 오늘('10.4.11 일요일)은 우리 들꽃 산악회에서 관악산을 다녀왔다. 10시 반에 서울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만나기로 하여,  20분 전에 도착하여 보니 달래님이 보인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나니 이어서 주당님과 죽마고우회장님 그리고 멋장이님이 나타난다. 이제 올 사람은 다 온 모양이다.

 

 아침 일찍 도사님이 우리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자기는 허리에 담이 들어 도저히 못 나가겠다고 하면서, 나보고 잘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니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마 요즈음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여 근육에 무리가 온 모양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비몽사몽님을 비롯하여 나머지 회원들도 사정이 있어 못 나온다고 자기에게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화창한 봄날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나드리를 나가던지, 아니면 결혼식장에 가야 하는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다섯명은 김밥과 막걸리를 준비한 후 서울대 구내를 통과하는 2511번 마을버스 탔다. 서울대 교정 맨 위에 있는 버스 종점에서 내려, 능선길을 올라 타고 정상을 향해 매진을 한다. 아직 이른 봄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이마에는 구슬땀이 줄줄 흐르고 등에서는 땀이 흥건하게 솟는다.  

 

 원래 이 길은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오르는데 묘미가 있을뿐더러 경관도 이채로워 등산 하는데 재미가 있다. 중간 중간 오르면서 주당님이 일부러 높은 바위 위에도 올라 보려고 몇번 시도해 보았지만 제대로 않된다. 암반 타는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 젊어서는 도봉산 만장봉과 북한산 인수봉의 기암절벽도 자일을 타고 쉽게 오르 내릴 정도였는데 이제는 늙어서 그런지 잘 되질 않는다. 

 

  정상 못 미쳐 헬기장 아래에 평평한 자리가 있길래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밥과 막걸리를 먹고 자리를 거두려고 하니, 갑자기 우리 머리 위에서 헬기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있거니 하여, 기자정신을 발휘하여 얼른 자리를 떠서 헬기장 쪽으로 올라 갔다. 바람이 거세어 모자가 날아갈 정도다. 그래도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되겠기에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어 구조장면을 마구 찍어댄다. 헬기가 내리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구조대원이 일사분란하게 환자를 들것으로 이송하는 장면을 보니, 대원들이 그동안 훈련을 많이 하였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이 대견스러웠다. 

 

 나중에 구조대원들에게 물어보니 어느 등산객이 심장에 문제가 있어 긴급 구조를 하였다고 한다. 심장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난감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119 구조대원에게 연락하여 긴급 구조되는 길 밖에 없는데, 그들이 이 곳 까지 걸어 올라 오려면 아마도 약 1시간은 훨씬 넘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뼈가 부러지거나 타박상을 입는 경우와는 다르다. 심장과 관련된 질환은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기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구조대원이 일차적으로 올라 오는 것 보다는, 먼저 헬기가 와서 구조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연락하는 사람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헬기를 직접 보내 달라고 특별히 주문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어쨌든 오늘 이 환자가 아무런 일 없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나도 더 한층 건강을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생긴다.

 

 정상에 올라보니 그야말로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제각기 차려 입은 등산복 색갈이 초파일을 맞아 걸어 놓은 연등 색과 어울려 화사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연주대라도 구경이나 할까 하여 좁은 통로로 내려 가보았지만 사람들로 꽉 차 더 이상 내려 갈 수가 없을 정도다. 

 

 많은 인파 중에는 외국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아마도 그들이 이곳에서 서울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면 그 경관이 무척 경이롭고 이색적일 것이다.  내려다 보니, 눈 앞에는 넓디넓은 한강이 동서로 가로 질러 흐르고, 서쪽 멀리는 광활한 인천 앞바다가 보이고, 북쪽 멀리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고, 동쪽 멀리는 아차산이 보이는가 하면, 시내 한 복판에는 남산이 자리 잡고있다. 동네 곳곳에는 조그마한 동산이 군데군데 보인다. 그야말로 관악산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 경관은 아기자기하면서도 거대하여 이루말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내려오는 길 양지 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동네 정원 모퉁이에는 하얀 목련과 연분홍 벗꽃도 활짝 피었다. 오가는 처녀들의 종아리도 물이 올라 탱탱하기만 하고...  그야말로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을 실감하게 한다. 우리는 사당역 부근 쭈꾸미 전문식당에 들려 찜을 맛있게 먹고 각자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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