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모 대학 캠퍼스의 가을 풍경 스케치

凡石 2010. 10. 15. 23:45

 

 지난 월요일('10.10.11)에는 수원에 있는 모 대학 병원으로 약을 타러 갔다. 약은 약 4개월에 한 번씩 병원 예약을 하고 처방전을 받는데, 지난 5월에 갔다 왔으니까 이번 9월에 갈 차례다. 평소 같으면 병원에서 문자메세지로 예약 날짜를 안내 해 주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전화를 걸어 보니 아예 예약이 않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5월에 분명히 담당 간호사로부터 9월 어느 날짜로 예약을 해 준다기에, 그런 줄만 알고 태연하게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약이 다 떨어져 오늘 먹을 약도 없다. 은근히 화가 나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그 당시 간호사가 바빠서 깜빡 잊고 컴퓨터에 예약사항을 입력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 약만 타러 가도 되겠는냐고 물어보았더니, 와서 조금 기다리면 된다고 하기에 애마를 몰고 병원으로 달려 갔다.

 

 오전 11시쯤 해당 진료과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였더니 약 한시간 정도를 기다리라고 한다. 시간이 너무 길어 무엇을 할까 망서리다가 마침내 생각이 난 것이 대학 캠퍼스나 한바퀴 돌면서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이 대학교의 캠퍼스는 광교산 자락을 배경으로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심 속에 있는 여느 대학 캠퍼스와는 전경이 사뭇 다르다. 마치 잘 가꾸어 놓은 어느 별장을 확대 해 놓은 것과 같이 조경이 아지자기하면서도 아름답다.

 

 또한 학교가 들어선지도 어언 35여년이 지나다 보니, 캠퍼스내의 수목도 우거지고 종류도 다양하다. 소나무, 벗나무, 은행나무, 산수유나무, 모가나무, 사과나무 등,  아직 10월 초순이라 단풍은  완연하지 않지만, 그래도 은은하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이 그런대로 볼만하다. 여리디 여린 연 노랑과 주황색의 파스텔 톤으로 수 놓은 캠퍼스 전경은 마치 잘 그려진 수채화를 보든 듯 내마음이 차분해 진다.

 

 휴대폰을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부지런히 진료창구로 가서 처방전을 받아 수납에 가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의 진료비가 미납되었다고 하면서 이제와서 당장 내라고 한다. 매번 병원 다닐 때마다 진료비는  수납창구에서 카드로 지불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도 분명히 그렇게 지불되었으리라고 보아, 담당자에게 따져 물었지만 틀림없이 않냈다고 주장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수납창구는 진료비 수납을 주 임무로 하는 곳인데, 어떻게 해서 진료비를 받지 않고도 약 처방전을  내 주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산시스템상 문제인지, 아니면 담당 직원의 실수인지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전번 진료비와 이번 진료비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납부하고 약 처방전을 받아 약을 탔다.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에서 예약이나 진료비 수납 등의 사소한 업무에 실수가 있어서는 결코 않된다.  기본적인 업무의 품질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였으면 좋겠다. 이 병원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건의하는 바이다.

 

그나저나 오늘 가을이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유유히 걷다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계속 발전 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일류 대학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