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10.16)은 전구회 모임이 있었다. 오전 11시쯤 과천 서울대공원 분수대 앞에서 만나 대공원 안에 있는 산책로를 한바퀴 돌면서 각자의 건강도 챙기고 우정도 다졌다. 모두 10명이 참석하여 그런대로 참석율은 양호한 편이다. 전에 모임은 주로 사당동 근처에서 저녁에 만나 식사와 더불어 소주 한잔 하는 것이 통례였으나 오늘만큼은 좀 다르다.
낮에 만나는 것은 다 좋으나 낮에 볼 일들이 있어 참석율이 좀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등산을 하게 되면 회장단이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좀 번거로울 것이다. 이 날도 점심식사와 간식거리로 김밥, 빵, 과일, 양주, 소주, 물, 족발, 땅콩 등을 즐비하게 준비하여 각자 배낭에 나눠 넣기도 하고, 배낭이 없는 사람은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산행길에 나선다.
산책로가 급경사는 없으나 약간 오르고 내리는 구릉지가 많아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좀 힘이 들 수 있다. 이 날도 어는 친구는 오르기 전부터 아예 못 올라 간다고 선언하면서 자기는 밑에서 기다릴테니까 갔다 오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간에 점식식사를 다같이 하여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기에, 이 코스는 그렇게 힘이 많이 안 드는 곳이니까 슬슬 걸어 보라고 권유 하였더니 이에 응하고 동참하였다.
열명이 대오를 지어 한꺼번에 행동하기는 어렵다. 산을 오를 때는 으레 먼저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 떨어져 오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항상 전자에 속하는데, 이 날도 나와 두 친구가 먼저 앞으로 쭉 빠져 나간다. 가면서 우리 일행들이 점식 먹을 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유심히 살피던 중, 어는 쉼 터의 정자에서 노인 대 여섯분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려고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는 것이 눈에 띈다.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정자 쪽으로 어슬렁 거리며 다가 가니, 눈치 빠른 어느 노인분이 자기 일행들에게 빨리 방을 빼 주자고 하면서, 요새 전세 값이 많이 올라 그냥 헐 값에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지신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야 재미가 있다. 글쎄요 이런 집 같으면 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자리라서 전세 값이 아주 비쌀텐데 얼마를 드려야 될지 고민스럽네요, 하면서, 배낭에 있는 빵 서 너개와 귤 너 댓개를 내 놓았더니 하시는 말씀이 더 걸작이다. 하기야 우리는 이런 것도 않 주고 이 자리를 차지 했는데 이 정도면 감지덕분이지 하면서 잘 쉬었다 가라고 인사까지 하신다.
뒤에 쳐져 있던 일행들이 나타난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김밥 한 줄과 박 회장이 준비해 온 시바스리갈 양주 한잔을 하고 나니 쌓였던 피로와 시장기가 싹 가신다. 이 자리에서 서 총무는 다음 연말 정기총회 시, 회칙 개정을 위해 애경사 부조금이나 임원 임기 등의 중요 내용을 사전에 조율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하나 하나의 사안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하산길로 접어 든다. 내려 오면서 이제 서서히 물 들기 시작하는 공원의 가을 풍경과 동물원 풍경을 사진에 담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이 순수해지면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든다. 오늘 준비를 위해 수고 하신 회장단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다음 정기총회를 기다려 본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자유게시판] > 생활 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공연을 보면서. (0) | 2010.10.29 |
---|---|
소꿉회 모임에서. (0) | 2010.10.20 |
금강CC에서 라운드하면서. (0) | 2010.10.15 |
모 대학 캠퍼스의 가을 풍경 스케치 (0) | 2010.10.15 |
7인회 자리에서. (0) | 201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