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 연휴 두번째 날이다. 평상시 같으면 회사로 출근하여 점심을 먹고 약 4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는데, 오늘같이 집에 있는 날은 귀찮고 게을러서 그런지 좀처럼 운동할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나른해져 모든 것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오후 서 너시쯤, 집 뒤에 있는 서달산에라도 가서 바람이나 쐬려고 집을 나섰다. 백로가 지나 추분이 다가 오는 절기라서 그런지, 그렇게 무덥기만 하던 날은 다 어디로 가고, 이제 조석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더구나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모자도 필요 없을 것 같아 아주 간단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입구에 다달으니 제일 먼저 반겨 주는 꽃이 해바라기다. 나 같이 키만 잔뜩 크고 허리는 꾸부정 하여 볼 품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달덩이 처럼 둥근 얼굴에서 풍기는 면모는 어는 촌부처럼 소박하고 후덕함이 철철 넘친다. 어쨌든 초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서 손색이 없다.
목백일홍과 여름 장미는 이미 한 철이 지났는지 이제 막 시들어 가고, 냇가에 핀 연약한 코스모스는 작은 바람에도 한들거린다. 모든 초목이 시들어 가는 이곳 현충원의 초 가을은 잠들어 있는 충혼의 넋까지 쓸쓸하고, MP3에서 흘러 나오는 가을 노래는 내 마음 어딘가가 허전하기 만 하다.
약 세 시간 가까히 산책하면서 땀도 많이 흘리고 사색도 충분히 해서 그런지 몸이 가뿐하다. 집에 와서 샤워 하고 맥주 한 잔 하니 기분이 더욱 가볍다. 역시 운동과 사색은 우리 삶에 약이 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휴대폰에서 사진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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