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2.16)은 퇴근 하는 길에 중구 입정동에 있는 "매일동"이라는 일본식 선술집에서 시샤모와 닭똥집 꼬치안주에 따근한 정종 대포를 한 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방 306호의 실장이신 최위원과 같이 3호선을 타려고 지하철 입구로 걸어가던 중, 갑자기 최위원께서 날도 추우니 따끈한 정종 한 잔 하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공구 상가 골목길에 있는 "매일동"이라는 일본식 선술집이 생각이 나서, 그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어짜피 지하철3호선을 타려면 그 집 앞을 거쳐 가야 하니까 더욱 잘 된 것 같다.
매일 출 퇴근하면서 그 집 앞을 지나다니지만 한 번도 들어 가 본 적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동료들과 같이 한 번 와 봤으면 하던 집인데 오늘 그 바램이 이루어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인인지 아니면 종업원인지 모르겠지만, 두 젊은이가 우리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지하에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이 휘둥글 해 진다. 거주옥(居酒屋)과 식사처(食事処)라고 쓴 큰 홍등이 현란하게 빛나고, 그 불빛을 머금은 조그마한 소품들이 방끗 웃으면서 우리를 반긴다. 나무 식탁과 나무 장식에서 풍기는 은은한 목향은 우리 코를 자극하고, 앙증맞은 벽걸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실내악은 우리 귀를 즐겁게 한다.
종업원 아가씨가 주문을 받으려고 방으로 들어온다. 무엇을 드시겠냐고 물어 보는 어투가 조금 서투른 점으로 보아,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외모도 일본 사람같이 보인다. 신기해서 물어 보았더니 일본인이라고 한다. 차림도 단정하고 얼굴도 고상하며 지적이다.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니 흔쾌히 응하면서, 우리 사진도 찍어 주는 것으로 보아, 매너도 훌륭하고 마음씨도 착하다.
여러모로 고명하신 최위원이 일본말로 이것저것 물어 보니 금방 대화가 된다. 마치 일본 어느 식당에 온 기분이다. 곁에서 듣고 있는 나는 어부지리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그야말로 꿤 먹고 알 먹는 기분이다.
히레정종을 시켰더니 오늘은 히레가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길래 정종대포를 시켰다. 어찌나 뜨겁던지 금방 먹으면 혀가 델 정도다.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니 약간 들치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점심 먹은 것이 소화가 덜 되어 속이 더부룩하였는데, 따끈한 정종 몇 모금이 속으로 들어가니 금방 소화가 된다.
오가면서 가끔 들려 볼만한 집이다. 분위기도 깨끗하고 메뉴도 간단하여 가볍게 술 한 잔 하는 데는 더 이상 좋은 데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오늘 최위원께서 사 주신 정종대포 한잔으로 추위도 이기고 소화도 시켰으니, 그야말로 보약을 먹은 셈이다. 이 점 고맙게 생각하면서 다음에는 내가 대접하리라.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서울특별시 중구 입정동 소재, 일본식 덮밥, 꼬치, 생맥주 전문점.
바삭닭강정 5,000원
'[자유게시판] > 생활 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련회 자리에서 (0) | 2012.02.29 |
---|---|
옛 동료들과 같이. (0) | 2012.02.20 |
무진년 첫 소꿉회 자리에서. (0) | 2012.02.12 |
이륙산악회 청계산에서 시산제를 갖다. (0) | 2012.01.15 |
연말 나드리 길에서 (0) | 2011.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