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창문 밖 담쟁이

凡石 2019. 11. 6. 16:32



 오늘('19.11.6)은  밖에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하기야 입동이 내일모레니까 그럴만도 하다. 사무실 창문 밖에는 붉게 물든 애기 담쟁이 한 잎이 찬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얼마나 추울까 안스러운 마음에 몇 잎 따서 훈훈한 사무실 탁자 위에 올려 놓고 가을 냄새를 맡아 본다. 곱게 메말라 가는 모습을 지켜 보며 오랫동안 간직해 주련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 종 환  -


가을 단풍

 

붉게 붉게 선홍색 핏빛으로 물든

단풍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의 피가

더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 잎사귀가 어떻게

이토록 붉게 물들 수가 있을까

여름날 찬란한 태양빛 아래

마음 껏 젊음을 노래하던 잎사귀들이

이 가을에

이토록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을 다 못 이룬 영혼의 색깔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며

한순간이라도

이토록 붉게 붉게 타오를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사랑일 것이다

떨어지기 직전에 더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이

나에게도 사랑에 뛰어들라고

내 마음을 마구 흔들며

유혹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용 혜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