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나의 카투사 군대 시절을 회상하여 본다

凡石 2008. 10. 7. 15:51

 

  오늘 우연히 인터넷을 조회 하다 보니 내가 군대 생활할 때 근무하던 사무실 건물과 군복에 붙이고 다니던  부대마크가 눈에 띄어 반가운 마음으로  그때 그시절을 회상하여 본다.

 

 

 

주한미군사고문단의 공식패치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위 사진 및 아래 사진 좌측 큰 건물)과 내부반(아래 사진 우측 끝단 중간 3층건물)이 보인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인 1969 년에 입대하여 약 3년간 용산 미8군 영내에 있는 KMAG(주한 미군사고문단 : Korean Military Advisory Group )이라는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근무하였다.

 

 KMAG은 1949. 7.1에 창설되어 우리 한국군의 창설과 더불어 군사전술적 측면에서 조언과 상담(G-1 Section), 정치적 사태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 향상(G-2 Section), 한국군의 훈련과 장비 숙달(G-3 Section), 군수와 교육시스템의 체계화, 조직구성과 지휘체계의 구성(G-4 Section)에 관하여 한국군을 자문하고 지원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당시에는  용산에 본부가 있고 원주, 부산, 춘천, 의정부, 광주, 대구에 분견대(detachment)가 있었으며, 제대 무렵인 1971년도에 부대명칭이 JUSMAG-K(Joint U.S. Military Affairs Group-Korea)로 변경 되었다.  KMAG은 미8군 산하부대가 아니고 미국방성에 소속된 비 전투 부대로서 개인화기(총)의 지급도 없고 군사훈련도 없다. 따라서 군대생활하면서 총 한번 쏴 보지도 못하고 훈련도 받아 본 일이 없다.

 

주한미군사지원단의 공식패치

 

 

  나는 본부 카투사 인사과에서 사병계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그 당시 파견대장은  육사출신인 민경구 소령이었고 인사계는 권준석상사와 김**상사가 있었고 나의 사수는 유제동 병장(83군번)이었다.  다른 고참들의 이름은  장교계 임동무 병장(78군번), 민경기 상병(96군번), 경리계 전동원 병장(86군번), 최영호 상병(97군번), 병력계는 이경환 병장(76군번),  영문계 최경선 병장(86군번)이 있었고, 후배로는 권정봉, 이인호,  배경수, 김관  그리고 내 후임은 정구명(?)이다.

동기는 최병욱, 박준수, 정시관, 김정환이 있었으며 이중 최병장과 박병장 그리고 정병장은  증평 예비사단 훈련소에 같이 입대하여 이곳 까지 같이 오게 되었다.

 

 3년간 군 생활은 그야말로 별 천지에서 호의호식하며 편하게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외출하고, 매일 샤워하고, 일주일에 한번 세탁물이 나와 매일 깨끗한 옷(내의, 양말, 자켓 등)으로 갈아 입고, 침대 시트도 매주마다 바꾸어 준다. 또한  볼펜, 복사지,등의 사무용품도 청구만하면 언제든지 지급이 되어 항상 풍부하게 사용하였다. 그리고  복사기는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보급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사무실 마다 제록스 기계가 설치되었고,  타이프라이터도 개인마다 지급되었다.

 

 매 달 보급되는 생필품 박스에는 치약  치솔  비누  껌과 담배(아리랑 담배)등이 들어있었는데 당시 필터 달린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았던 때이다.  식사는 매 끼마다 다른 양식이 나오고 밀크와 음료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이 모든 것들이 처음에는 매우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였다.

 

 제대 무렵에는 양식이 질려 저녁만 되면 담 너머에 있는 민가(영애네 집)에서 라면과 막걸리를 주문하여  동기들 과 같이 어울려 먹던 맛은 그야말로 꿀 맛이었다.

때로는 개구멍으로 빠져 나가 해방촌 어느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다같이 외박도 하고, 남영동의 어느 음악다방에서 당시 유행하던  Tom Jones의 Keep on Running을 신청 하여 신나게 따라 불러 보기도 하고,  한 때는 어느 여대생들과 어울려 미팅도 하던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지나 간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투사 생활 하면서 영어회화를 마스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도 불구하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내다 보니 완전 마스터하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기만 하다.   

 

 지금 와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바보스럽기도 하고 꿈만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에게 그런 기회가 다시 주어질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 못다한 공부도 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갖어보고 싶을 뿐이다.

 

아~~  그때 그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