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김장 담그기를 돕다.

凡石 2008. 11. 27. 18:10


    오늘(08.11.22)은 월동준비의 가장 큰 행사인 김장을 담그는 날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동기간들끼리 큰집에 모여 공동으로 김장을 담았는데 올 해는 직접 집에서 담기로 하였다.

 

 배추는 강원도 횡성의 고냉지 배추를 작년에 40kg을 주문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절인 배추가 택배로 도착하였다.  배추 속 양념으로 사용한 재료는 무우채(둘째 누님이 농사지은 무우), 갓,  미나리, 당근, 대파, 마늘 , 생강 등이 들어갔다. 설탕 대신 배와 홍시를 갈아 넣어 단맛을 내고 굴과  생새우를 넣어 담백한 맛을 더하였다. 고추가루는 누님이 직접 말린 태양초를 사용했으며 소금은 집에서 간수를 빼낸 천일염을 사용했다. 

 

 아내가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동안  나는 무우채를 만들어 양념을 버무리는 일을 담당하였다.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골고루 잘 버무려 질 수 있기 때문에 남자들이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원래  무우채는 좀 굵으면서 적당한 길이로 균등하게 칼로 썰어야  아삭아삭 씹는 맛이 난다는데 많은 양을 만들려면 칼 질 하는 것도 꽤 힘이 든다.  편리상 채칼을 사용하다 보니 길고 짧고 가늘어져 아마도 제 맛이 나지 않을 것만 같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배추 속이 완성되었다. 빛깔도 곱고 간도 적당하다. 이제 배추속에 양념을 집어 넣는 일만 남았다.  처음 하는 일이라 야무지지도 않고 더디기만 하다.  내가 만든 것을 아내가 다시 한번 매 만져 주어야 하니 솜씨가 어느정도인지 알만하다. 아내가 싸준 보쌈 한입을 먹어 보니 제법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을 적신다. 아마도 냉장고에서 제대로 숙성되고 나면 맛이 더 좋아 질 것이다.

 

 월동준비를 위해 해마다 김장 담그는 일은 어느 집이든지 큰 일로 생각하고 있다. 김장철만 되면 주부들이 미리 큰 걱정을 하는것도 다 마찬가지 일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배추를 다듬어 절이고, 채를 썰어 양념을 만들고, 뒷 정리까지 하는 일들이 주부들에게는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남자들이 많이 도와 주기도 하고, 배추도 산지에서 직접 절인 배추를 주문하거나 시장에서 절인 배추를 사서 사용 하는 등 편리위주로 김장을 담는 집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 김장 담그기를 올해에는 내가 한 몫을 거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  어딘가가 뿌듯해 진다.

 

 

 

 강원도 횡성에서 배달되어 온 절인 배추이다.  깨끗하게 잘 절여 졌으며 맛도 연하고 고소하다.

 

 

 

무우채와 채소를 넣기 전에 갖은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양념속에 들어 갈 생새우를 준비하였다.

 

 

 

 

 

 완성된 배추김치가  냉장고에 들어 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원래의 색은 빨간색이 고운 편인데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그런지 선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색이 칙칙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