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6.14)저녁에는 방배동 시골보쌈 집에서 북부회 모임이 있었다. 북부회는 지금으로부터 약 35년 전, 비원 옆에 있던 북부지점이라는 곳에서 같이 근무한 동료들의 모임이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로서 멤버는 약 10여명 정도다.
이 모임의 특징은 회칙도 없고 회장도 없고 총무도 없다. 그저 만나고 싶으면 아무 때나 만나, 저녁 식사하면서 술 한잔 하고, 기분 내키면 노래방에 가서 실컷 노래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다. 회비는 당일 경비를 갹출함으로서 별 부담이 없다.
오늘도 술 한잔 하면서 세상 돌아 가는 얘기도 하고, 각자 건강 관리에 관한 얘기도 하고, 각자 집안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분위기가 무르 익는다. 특히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휴대폰을 꺼내어 바탕화면으로 저장된 손주 사진을 보여 주니까, 다른 친구들도 휴대폰 속의 손주 사진을 보여 주며 서로 자랑을 한다.
그동안 돌부처 같이 조용하던 친구도 그 얘기가 나오니까 한마디 한다. 손주가 재롱 떠는 것을 보면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면서, 그야말로 인생 사는 재미를 이제서야 느끼는 것 같다고 한껏 목청을 높인다.
이상하게도 어느 자리를 가던지, 손주 얘기만 나오면 의례껏 자랑으로 일색인데, 오늘 이 자리도 별 다르지가 않다. 아마도 자기 후손으로서 피붙이에 대한 사랑과 정이 그만큼 끈끈하다는 것인데, 아직 손주가 없는 나로서는 별로 실감이 안 난다. 그러나 나도 나중에 손주를 갖게 되면, 그 누구 못지 않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친구들의 모습을 면면히 훌터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 옛날 우리가 만날 때만 해도, 의기가 왕성하고 패기가 철철 넘치는 멋진 청년들이었는데, 옛 모습은 어딜 가고, 이마에는 인생 계급장만 줄줄이 남아 볼 품이 없다. 그 좋은 시절 다 가고,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나이는 비록 60대 중반이지만, 젊었을 적 추억을 더듬어 재미난 얘기를 할 때는, 마치 애들같이 신이 나서 마구 떠들어 댄다. 그야말로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다. 어쨌든 의젓하면서도 중후한 멋을 풍기는 초로의 신사들로서 보기가 좋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늙어 가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 드리면서, 매사에 욕심 부리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늘 건강하게 살면서, 같은 값이면 가급적 멋지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길이라고 본다. 우리 다같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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