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생활 수기

일요일 오후 우면산을 다녀오면서...

凡石 2009. 9. 15. 22:11

 지난 일요일('09.9.13)에는 집 가까이 있는 우면산을 등산하고 나서 '교대파'들과 어울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집에 있기는 시간이 아까워, 아내와 같이 근교에라도 나가 바람이나 쐴까 망서리던 중,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린다.  그때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이다. '교대파' 행동대장인 신박사로부터 호출명령(?)이 내린 것이다. '형님, 지금 뭐해?'  나 지금 집에 있다고 하니, 빨리 우리의 아지트인 '카스팍'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싱싱한 우럭으로 매운탕을 준비하였으니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한다. 

 

'신박사 지금 어디야?' 라고 물었더니, 우면산 범바위 약수터에 와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람이나 쐴려고 하던 참인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 내가 거기로 갈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등산복차림으로 부지런히 산길에 나선다. 산턱에 다달으니 신박사로 부터 전화가 온다. '형님 나 먼저 내려 가서 카스팍에 가 있을테니까, 천천히 내려 오라는 메세지이다. 그렇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범바위까지 가려면 한시간이나 걸릴테니까, 나 때문에 무한정 기다리라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하면서 우면산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내 딛는다.

 

우면산의 높이는 293m로서 낮은 산이다. 서초구 방배동, 서초동, 우면동과 강남구 양재동 등지의 도심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며, 산행길이 짧고 평탄해 주말이나 새벽에 산책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산행 시간은 약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일요일인데도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 혼자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는 재미도 솔솔하다. 

 

우면산 길은 소나무와 전나무, 떡갈나무로 뒤덮혀 그늘이 좋을뿐더러, 각 나무의 잎새에서 내 뿜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방향성 물질때문에 피로회복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와 같이 오염된 도시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자주 산에 가서 숲에서 나오는 맑은 공기도 흠뻑 마시고 땀을 흘려서, 체내에 노폐물을 말끔히 빼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래야만이 정신도 맑아 지고 피로가 회복되어 내일의 삶에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면산은 돈 많은 동내 사람들이 가꾸어서 그런지, 길도 잘 닦아 놓았고 각종 휴게와 체육시설도 훌륭하다. 도처에 약수터가 있는데 물맛도 좋다. 특히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시내 전경은 남산타워에서 보는 것만은 못 하지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각종 야생화를 심어 놓고 꽃 이름을 팻말로 정성껏 표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자연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 풍경 저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유유하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예술의 전당 구름다리가 보인다. 오후 한시 반이다. 걸어서 남부터미날 부근에 있는 우리의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교대파' 3명이 이미 나와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고 있다. 시간으로 보아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지라, 한 게임 하고 곧 바로 내려와, 카스팍 주인 윤내씨가 끓여 놓은 우럭매운탕과, 전남 완도에서 특별히 주문한 민어회를 안주로 하여, 점심식사와 반주 한잔을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또 다시 당구 한번 치고 호프 한잔 하고,  또 당구 치고 호프 한잔 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밤 아홉시다. 일요일 오후를 등산하면서 땀도 흘리고,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기분도 풀었으니. 이보다 좋은 하루가 어디 있겠는가? 재미있는 하루였다.